어제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고 왔습니다...
오리지널 티켓을 구하기 위해 파주출판도시까지 이동해서 영화를 감상했는데요...
이번 영화를 보고 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찐팬은 아니었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집에서 TV로 보는 것보단 큰 화면과 빵빵한 사운드가 있는 극장에서 보면 대부분의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올해 봤던 영화들이 꽤 되는데 전부 재밌게 봤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면서 2시간 10분이 이렇게 길수 있나 하는 생각을 4번 정도 한 거 같아요...
아마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지 후반부에 제 앞좌석에서 시계를 보려고 핸드폰을 켜는 분도 봤습니다...
평소라면 민폐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때는 '오죽하면 영화 상영 중에 시계를 봤을까'하고 이해가 되었습니다...
영화는 분명히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 해석을 할 정도로 제가 똑똑한 편은 아니지만 어떤 장면을 보면 '아 저건 관(죽음)을 상징하는구나...' , '저건 차근차근 밑에서부터 토대를 잘 쌓아서 완벽한 미래를 만들라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영화의 스토리 전개가 난해하고 어려워 어떻게든 정답을 찾기 위한 제 머리가 계속해서 생각하며 만든 억지스러운 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그냥 영화나 보기로 했습니다 ㅎㅎ
아무리 좋고 깊은 뜻이 있다 하더라도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어살'은 재미가 없었습니다... 매우...
저는 과거 직관적인 하야오의 작품들을 더 좋아하는 거 같아요... 그런 작품을 보고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을 챙겨보게 되었고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서는 그냥 기존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에서 뻔히 나오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귀엽고 동그랗게 생긴 하얀 생물... 갓 구운 빵에 버터와 잼을 잔뜩 바른 뒤 우악스럽게 먹는 장면...
과거 작품 모노노케 히메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같은 장면이 나올 때는 신비롭고 맛있어 보인다고 느껴진 반면 이번에는 지브리 파크에 캐릭터 상품과 식당 메뉴 하나가 추가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왜일까요...
앞선 작품에선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그런 장면이 이어지지만 이번 '그 어살'에 선 뜬금없이 나와서 그런듯합니다...
뭐라고 해야 할지... 그냥 파트별로 외주를 맡긴 다음에 이어붙여서 만든 느낌이에요...
영화를 보고 집으로 운전해서 가는 동안 '그 어살'의 음악을 떠올려 봤는데 생각나는 게 전혀 없었습니다...
여러분도 그렇지 않나요?
토토로 하면 딱 생각나는 음악이 있잖아요?
모노노케 히메를 떠올리면 저는 아시타카가 밤중에 깨서 모로와 산을 놓고 언쟁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이 떠올려집니다...
나우시카를 생각하면 나우시카를 오무가 촉수로 조사할 때 회상하는 과거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가 떠오르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는 처음 여주가 하울을 만났을 때 하울이 추적자를 따돌리는 장면에서 공중을 걷듯이 날아갈 때 흐르는 노래...
근데 '그 어살'에 선 어떤 음악이 있었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네요... 영화가 갑자기 뚝 끝나고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었지만 그건 영화의 여운에 잠겨서 편하게 들어야 할 음악이지 '이 영화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ㅠㅠ'하며 괴로워하다가 듣는 음악은 아닐 겁니다... 저희 부부는 그냥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영화관 불 켜지자마자 그냥 나갔습니다...
제가 게임을 좋아하는데 그런 말이 있거든요...
게임을 재밌게 만들면 사람들이 알아서 이 게임은 예술이라고 칭하지만...
게임은 예술이라는 생각으로 만들면 그 게임은 망한다는 말입니다...
'그 어살'은 하야오 감독이 예술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제작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상미가 뛰어날 수 있고 주제가 대단할 순 있지만 그냥 보기에 재미가 없습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라는 말을 들었는데...
저는 확실하게 싫어하는 작품이고 재미없는 작품이고 다신 보고 싶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재밌게 보신 분들에게는 제 생각이 어리석어 보이겠지만... 뭐 실제로 어리석고 요 ㅎㅎ;;
너무 안 좋은 소리만 쓴 거 같은데... 뭐 이건 저 개인의 생각일 뿐이고 재밌게 보신 분들도 있다고 하니 직접 보시고 판단하시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제 지인이 보고 싶어 한다면 전 말리겠지만요 ㅎㅎ
그럼 다음에 다시 새로운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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