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에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사실 저는 개를 더 좋아하는데요.
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개를 키우기에는 어려움이 클 거라고 생각되어 은퇴 후에 나 개를 키울 수 있을듯합니다.
하지만 운명은 저를 쉽게 놓아주지 않고 어찌어찌하다 보니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고 한 마리로는 부족한지 다섯 마리나 부양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고양이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검은 놈이 망치, 치즈가 희동이입니다.
우선 망치(턱시도)와 희동이(치즈)입니다. 덩치도 큰 놈들이 한 바구니에 들어가 있네요.
망치와 희동이. 그리고 밑에 소개할 또랑이는 아내와 연애를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아내 대학시절부터 키워온 놈들입니다.
망치 이야기를 하자면 아내의 첫 고양이 꽁치 이야기를 해야 하지만 꽁치 스토리가 쓰다 보니 너무 길어 따로 써야 할 듯하네요.
망치는 아내가 18년 전 시장에서 어떤 할머니에게 삼천 원에 구입한 고양이입니다 ㅎㅎ
그 할머니가 전문 브리더 같진 않고 길고양이 새끼를 잡아 시장에 파는 거 같다고 하네요
망치는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은... 중후한 카리스마가 있는 고양이입니다.
집에 누가 오던 크게 동요하지 않으며 경계는 하지만 적대는 하지 않고 위엄을 지킵니다. 그리고 가장 연장자답게 다른 고양이들이 싸우거나 사고 치면 마치 완장 찬 것처럼 질서를 유지하고 다닙니다. 제가 고양이 목욕시키고 드라이기로 털을 말리다 보면 그 모습을 제가 다른 고양이를 괴롭힌다고 생각하는지 몰래 다가와 제 발꿈치를 살짝 물어 버립니다......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거죠 ㅎㅎ
이제는 흰머리도 가득한 노묘가 되어 과거의 위엄은 없고 자신이 보살펴온 밑에 고양이게 힘으로도 밀리지만 망치와 오래 살았던 다른 두 고양이는 항상 망치 곁에 모입니다. 마치 삼총사처럼요 ㅎ
노란 치즈 희동이는 두 번째로 소개하고 있지만 정확하게는 셋째입니다. 희동이는 저희가 키우는 다섯 마리 중 가장 겁이 많고 인간을 멀리하며 손님이 오면 절대로 볼 수 없게 숨어버리는 고양이입니다.
아내가 망치와 다음에 소개할 또랑이 이미 두 마리를 키우기 시작한 뒤 셋째 희동이가 오게 되었고 그 당시만 해도 아내는 세 마리는 너무 오버다. 얘는 꼭 다른 가족에게 입양시킬 거다.라고 작정을 해서 정을 주고 키우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망치와 또랑이가 희동이를 키웠고 그렇게 어린 시절이 보내고 나니 사람보다는 고양이를 더 좋아하는 성격이 되지 않았나 싶네요.
희동이의 입양 계획은 결국 실패했고 결국 저희 가족이 되었습니다. 아내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어릴 때 더 정을 줄 걸 하며 후회합니다. 그래도 가족은 가족이라 희동이가 저희를 정말 싫어하는 건 절대 아닌 게 소파에 누워있으면 항상 저희 부부에게 다가와 기대며 눕고 쓰다듬어 달라고 보챕니다. 다만 저희가 일어나거나 살짝만 크게 움직여도 도망가지만요 ㅎ
셋째 희동이 나이도 15살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희동이가 밥을 먹지 못하고 계속 토하고 말라가는 게 보여 병원에 데려가니 신장에 문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물을 잘 먹지 않는 고양이 특성상 신장병이 걸릴 확률이 아주 높다고 하네요. 여러분도 고양이 음수에 최선을 다하기를 권장합니다. 저희 집엔 지나가다가 제발 물 좀 마셔라라는 마음으로 고양이 정수기 2대, 물그릇 7개를 곳곳에 배치하였습니다.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약을 처방받고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수액 처치입니다.
사람도 신장병에 걸리면 투석을 받듯이 고양이도 투석치료를 해야 하는데 고양이가 얌전하게 장시간 투석을 받기란 어렵고 대신 피하주사로 수액을 주면 물을 많이 마시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필수라고 합니다.
처음 병원에서 희동이 상태를 듣고 좌절에 빠져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하며 수액 처치를 시작한 게 벌써 3년 전이네요.....
희동이는 수액이 필요합니다.
3년간 희동이는 하루도 빠짐없이 등에 바늘을 꽂히며 30분 정도 수액을 맞는 게 일상생활이 되었습니다. 처음 1년간은 수액 안 맞으려고 도망 다니는 희동이 잡느라 고생 많이 했지만 그 뒤부터는 희동이도 체념했는지 도망은 가되 성의 없게 도망 다녀 쉽게 잡히고 별로 저항도 하지 않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말라서 갈비가 보이고 했는지 지금은 전보다 훨씬 더 건강해진 거 같아요. 앞으로 10년도 더 살 거 같습니다.
아직도 아기 같은 또랑이
세 번째로 소개하지만 실제로는 둘째인 또랑이 입니다. 제 프사이기도 하고요 ㅎ
또랑이는 아내 지인분의 고양이가 낳은 새끼인데요. 새끼 때부터 덩치가 커서 결국 아무도 입양해 가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남다가 결국 아내에게 오게 되었습니다. 새끼 때부터 애교가 많고 특히 망치에게 꼭 달라붙어 망치의 젖을 빨며 자랐습니다.
망치는 수컷입니다.
또랑이 나이도 16살로 훌륭한 노묘이지만 아직도 새끼 때처럼 애교가 많습니다. 특히나 사람을 어찌나 핥아대는지 소파에 앉아있으면 핥고 자다 보면 핥고 있고 그냥 하루 종일 사람을 핥습니다. 고양이 혀가 까칠해서 너무 아플 때도 있어요. 주전자 소리도 우렁차서 잠에 들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ㅠㅠ
쿠션에 기대서 저를 보는 봄봄이
넷째 봄봄이입니다. 11살 봄봄이는 다른 고양이들과 다르게 제가 데려온 고양이입니다.
강남 양재 쪽에서 일하던 시절 공용주차장에 차를 타고 업무를 시작하려는데 주차장 입구 수풀에서 야옹! 하면서 갑자기 튀어나왔습니다. 꼴을 보아하니 집에서 키우다가 탈출한 뒤 그대로 길냥이가 된듯합니다. 처음 보는데도 사람을 잘 따르더라고요.
다만 길거리 생활을 오래 한 건지 털은 떡져있고 더러웠으며 심하게 말랐었습니다.
바로 일을 하러 가야 하기에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근처 동물 병원에 신분증과 함께 맡기고 기본검사와 사료를 부탁한 뒤 퇴근하고 오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나중에 찾으러 왔을 때 간호사님이 생후 5개월 정도 지난 거 같다고 했습니다. 추가로 이렇게 얌전한 고양이는 처음 봤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었고 집에 오자 캣초딩의 본능이 깨어났는지 온 집구석을 뛰어다니고 앉아있는 제 머리 위에 갑자기 올라타거나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이는 제 손이 재밌어 보이는지 숨어서 물고 때리며 장난을 쳤습니다. 당시 저는 다육식물 키우는 취미가 있었는데 퇴근해 보니 봄봄이가 다 먹었습니다.
집에 모든 고양이가 중성화 수술을 하긴 했지만 봄봄이는 다섯 마리 중 유일한 암컷으로 공주라기보단 나쁜 여왕처럼 늙은 고양이를 패고 다니고 질투도 심합니다.
저는 보통 밤 11시 정도에 잠을 자는데 그 시간쯤 되면 봄봄이는 언제 자냐고 성질을 내며 저를 향해 울기 시작하고 침대에 누우면 바로 이불 사이로 파고들어 제 겨드랑이에 얼굴을 묻고 잡니다.
처음에 봄봄이는 가족이 아닐 수도 있었습니다. 이미 결혼을 약속한 아내에게 망치, 또랑이, 희동이 가 있었고 세 마리도 많은데 네 마리를 어떻게 키울 거냐면서 봄봄이는 무조건 분양할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봄봄이를 제가 데려온 첫날, 미친 듯이 뛰어놀다가 잘 때가 되니 제 베개를 베고 같이 잠들었을 때부터 이미 봄봄이는 저에겐 가족이 되어버렸고 계속 반대하던 아내도 결국 백기를 들고 받아줬습니다.
참고로 계속 반대하던 아내는 나중에 같은 상황이 되었을 때 후회하게 됩니다.
저희 집 유일 품종묘 지콩이
다섯째 지콩이입니다. 지콩이는 페르시안 고양이로 분양하신 분 말씀으론 150만 원 고양이라고 합니다. 믿을 수가 없네요...
지콩이는 저와 아내가 아직 결혼하기 전 연애할 때 만난 고양이입니다. 저희 부부에게는 고양이가 오는 저주 같은 게 있는 거 같은데 1층 아파트에 살던 아내가 며칠 전부터 계속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했습니다.
비가 계속 내리던 때라 아내는 무시하다가 걱정이 돼서 결국 찾으러 나섰고 트럭 밑에서 울고 있는 지콩이를 발견했습니다.
아파트다 보니 관리실에 연락하여 지콩이의 주인을 찾기 위해 방송하고 경비실에 맡기려고 했으나 경비실에 고양이를 보호하기에는 틈이나 구멍들이 너무 많고 경비 아저씨도 고양이가 무섭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아내가 임보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이틀이 지나자 주인이 나타나 지콩이를 데려갔고 아내는 상사병에 걸려 앓아누웠습니다. 아내가 처음 지콩이를 집에 들였을 때 지콩이는 항상 아내만 따라다니고, 아내만 바라보며, 말을 걸면 꼭 대답해 주는 고양이였다고 합니다.
마치 자기를 구해준 걸 아는 거 같았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고양이 주인이 아내에게 연락을 했는데 고양이를 처음 키워보기도 하고 출장이 많아서 집을 비울 때도 많고 혼자 살기 때문에 고양이를 돌보는 게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고 하며 지콩이 말고도 남매 고양이 한 마리가 더 있는데
두 마리를 분양받고 검진받은 총비용이 300만 원이었다고 하며 돈은 받지 않을 테니 고양이를 데려가라고 파격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집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겠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바로 저였습니다.
넷째 봄봄이를 계속 거절해 오던 자신이 다섯째 지콩이를 데려오겠다는 말을 어떻게 저에게 할 수 있을까요 ㅎㅎ 그때 아내는 저에게 모질게 대했던 것들이 화살이 되어 다시 자신에게 돌아왔다며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저는 네 마리나 다섯 마리나 이미 우린 틀렸다고 생각해서 큰 부담감도 없기에 데려와도 된다고 했습니다. 아 추가로 지콩이의 누나 치로도 있었는데요.
치로는 더 좋은 주인을 만나 분양되었습니다. 어쩌면 여섯째가 될 수도 있었는데 치로는 다묘가정을 참을 수가 없었던 거 같아요.
지콩이가 시골 청년처럼 뭔가 허허하며 무덤덤한 고양이 라면 치로는 모든 것에 화를 내는 고양이였습니다. 다른 고양이들에게도 하악질을 하고 지콩이에게도 하악질을 하고 길을 걷다가 앞에 아무것도 없는데도 하악질을 하고 벽을 보고도 하악질을 했습니다.
분양돼서 주인과 단둘이 살게 되다 보니 매우 착한 고양이가 되었고 주인을 끔찍이 좋아하고 주인분도 치로를 너무 좋아하기에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긴 글이 되어버렸네요. 이렇게 블로그에 고양이에 대한 추억을 항상 남기고 싶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보니 오늘에서야 쓰게 되었네요.
다섯 마리 말고도 더 많은 고양이들이 저희 부부를 거쳐 갔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슨 법 무슨 법에 따라 고양이 사진 더 올립니다.
좋아 죽는 봄봄이
팔자 좋은 망치
밥 먹는 모습
보드카를 마신 지콩이
그냥 좋은 지콩이
나의 손을 먹는 또랑이
어항 등 기구가 따듯한 봄봄이
박스테이프에 머리 박은 지콩이
팔자가 또 좋은 망치
카메라에 놀란 희동이
또 내 손을 핥는 또랑이
필터 받은 봄봄이
필터 받은 지콩이